본문 바로가기
내멋대로/사회

서울 프레스센터의 '품격'

by 어빈이 2020. 7. 4.

 

 

2020년 2월 1일에 찍은 제 201회 이달의 사진 최우수상

 

광화문 서울 프레스센터에 가서 본 사진이다. 프레스센터는 기자들을 위한 건물인데, 언론진흥회를 비롯하여 언론 관련 공공(?)기관도 있다. 언론진흥회가 있는 층에 가면, 여러 사진을 벽면따라 전시해놨고, 사진마다 '몇 회 사진상' 등의 태그가 붙어있는 것을 보면, 어떤 주기로 갱신되는듯 하다. 위 사진은 제 201회 이달의 보도사진상 최우수상 <spot news 최진석 뉴시스>이다.

 

이 사진은 유튜브 '서울의 소리' 의 백은종 대표라는 사람이 연세대학교 류석춘 교수의 연구실을 찾아가 멱살을 잡고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이다. 백은종 대표가 운영하는 유튜브 '서울의 소리'는 좌익 성향의 채널로, 슬로건은 '응징언론'이다. 즉 언론이긴 한데, 응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것 같다. 언론의 역할이 비판, 폭로, 진실추구라면 '응징'이란 단어를 걸고 언론을 붙여 놓은게 아이러니 하긴 하지만, 대문 사진을 봤을 때 정말로 응징만을 목적으로 한 것 같다(백은종 대표로 보이는 케리커쳐가 홍두깨를 들고 있다)

 

 

더 보이스 오브 서울(서울의 소리)은 미국 언론 보이스 오브 아메리카(VOA)를 패러디 한것 같다. 약 48만의 구독자를 가지고 있으며 조회수도 많다. 대부분의 컨텐츠는 우익성향 사람들을 찾아가서 협박(본인 표현은 '응징')하는 동영상이다. 항상 한복을 입고다니는 걸로 봐서는, 유림 느낌도 난다.

 

백은종 대표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인터뷰에 잘 나타나있다. 그는 "응징 취재는 법을 생각하면 못한다"라며 "일단 법보다 옳음이 더 우선이다, 그리고 악법에는 저항해야 한다"(www.newsfreezone.co.kr)라고 했는데, 이 발언으로 백은종 대표의 수준을 알 수 있다.

 

여튼 백은종 대표가 류석춘 교수를 응징한 이유는 '류석춘 위안부 사건' 때문이다. 류석춘 교수는 2019년 9월 19일 연세대 발전사회학 수업에서 이영훈 교수의 '반일종족주의'가 옳다는 점을 학생들에게 강의하던 도중 "현재 성산업 종사자 여성들이 살기 어려워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성매매에 나선다. 과거(일제시대)에도 그랬다"고 주장하면서 일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매춘부'라고 비유했다. 수업을 듣던 한 학생이 항의하자 "궁금하면 한번(학생이 매춘을- 학생 주장, 학생이 조사를- 류석춘 주장)해볼래요?" 라고 말했다. 이 강의는 녹음이 되었고 '성희롱 발언'이라는 프레이밍이 전국에 퍼지면서, 류석춘 교수에 대한 마녀사냥과 소위 '식민사관'에 대한 공격이 대대적으로 일어났다.

 

보도 이후 백은종 대표가 '민족 반역자, 부왜노' 류석춘을 응징하기 위해 출동했고, 류석춘 교수의 학교 연구실에 무단으로 침입해 멱살을 잡고 폭력을 행사했다. 이는 동영상과 사진으로 고스란히 남았고, 위의 사진은 이달의 최우수 사진으로 선정되었다.

 

 

류석춘 교수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백은종 대표

 

각자가 어떤 역사관을 갖고 있는 지는 개인의 자유다. 특히 학자는 학문의 자유로써 연구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한다. 왜냐하면, 패러다임 전환은 소수의 지식인들에 의해 먼저 연구되고, 동시에 다수 대중으로 부터 공격받으며,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결국 새로운 상식으로 자리잡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대중의 공격으로부터 학자의 연구할 자유를 지키는 곳이 '대학'이고 그 가치를 알기에 대학의 권위를 인정해준다. 그러므로 누군가 자신의 생각과 전혀 다른 주장을 한다고 해서, 무단으로 침입하고 멱살을 잡는 행위는 그 어떤 경우에도 인정될 수 없다. 류석춘 교수가 학자로서 학교에서 어떤 주장을 하건 간에, 그게 잘못이라면 학교에서 토론을 통해 그것이 설득되고 시정되어야 하는 것이지,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폭력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법치국가에서는, 아니 문명 국가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히틀러의 돌격대는 군인도 경찰도 아니었다. 그들은 일반 독일 국민이었고, 히틀러의 사상에 깊히 동조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주로 밤에 활동을 했고, 히틀러의 사상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의 가게나 집에 침입해 협박하거나 기물을 부수곤 했다. 그런 범죄 행위를 경찰들은 무시했고, 다른 독일 국민들도 애써 눈을 피했다. 그 결과 돌격대에 대한 공포가 광범위하게 퍼졌고(법 위에 있고, 시정되지 않아서), 결국 그 누구도 자신의 의견을 내지 못한 분위기 속, 독일은 패망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류석춘 교수한테 일어난 일도 히틀러의 돌격대, 모택동의 홍위병과 동일하다. 기존의 상식에 동조하지 않는다고 침입하여 멱살을 잡고, 그걸 방송하고, 마치 잘했다는 식의 여론몰이는 정확히 히틀러의 돌격대와 동일하다. 심지어 그걸 언론의 상징이라는 '프레스센터'에서 이 달의 사진이라고 전시해놓은 것은, 언론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프레스센터가 류석춘 교수의 사진을 전시해 놓고 잘된 사진이라고 한 것은 두고두고 프레스센터의 수준을 논할 때 언급되어야 한다. 프레스센터가 '우린 그저 상을 공모하고 수상을 발표만 하는 기관' 이라고 변명한다면, 이런 사진이 최우수상이 되는 기자 생태계와 이를 심사하는 인간들의 저급한 수준이 이 사건을 통해 항상 상기되어야 한다.

 

 

댓글0